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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지지난 금요일, 본격 백수의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습니다. 대학 입학을 시작으로 동대학원에 입학,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야 학교를 떠났습니다. 


졸업식을 하기 전 사회로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쉽게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. 그 이유는 아마도 "나 다움"을 찾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.


저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습니다. 정확히 말하자면 무언가의 압박과는 거리가 먼 생활입니다. 치맛바람이 심하다는 춘천을 거쳐, 본격 유년 생활을 시작한 수원에서도 학원이나 과외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습니다.


친구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갈 때, 저는 집에 와서 한가로이 게임을 즐겼습니다. 초등학교 시절부터 매달 부모님을 졸라 22,000원짜리 월 요금제를 끊고 게임을 즐겼을 만큼 게임을 많이 하는 편에 속했습니다. 게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는 공부 N시간, 독서 N시간이라는 조건이 걸릴 법 했지만 저희 부모님께서는 그저 "OO을 좀 배워보겠니~?"라고 물어보는데 그쳤습니다(물론 제 대답은 늘 "싫어~"였습니다).


대학 진학의 순간에도 저에게는 어떠한 압박도 없었습니다. 하라는 공부는 안 했지만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여행기는 많이 읽었습니다. 그 때문인지 프랑스어를 전공으로 선택해 대학을 진학했습니다(실제로 가-나-다 군 모두 프랑스어로 선택했습니다). 


진학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. 어린 시절부터 게임 속에서 나마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그랬을까요?, 저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말을 거는 일련의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학생이었습니다. 매 수업에 들어가 이 사람 저 사람 말도 걸어보고, 친해져보기도 하고, 술도 많이 마시고.. 정말 재밌게 대학생활을 즐겼습니다. 친형이 장학금을 타 오자 너무 좋아하시는 부모님 모습에 장학금을 타겠다며 며칠밤을 새 가며 장학금을 타보기도 했고, 남들이 다 가는 해외 배낭여행을 2번이나 다녀올 만큼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고 지냈습니다. 


군대에 다녀와서는 먹고 살 걱정을 조금이나마 시작해,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막연히 무언가 계산하고 데이터를 지켜보는 활동들이 재밌어 보인다며 생산관리 전공을 선택해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습니다. 


하고 싶은 일들을 해오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.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았고, 지금 돌이켜 본데도 많이 후회되지는 않습니다(안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^^?). 


나 다움이 있어야 내 다음이 있다.


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많은 얘기들을 접하고, 들으며 본 문구들 중 제 마음을 가장 많이 흔든 문구입니다. 


"나 다움" 이란 무엇일까요?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?,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? 


요즘은 제가 선택한 것에 대해 엄청나게 큰 확신이 들다가도 엄청나게 큰 두려움이 몰려들기도 합니다. 하지만 급하게 가지는 않으렵니다. 내 결정에 대한 의심이 드는 이 순간 조차도, "나 다움"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.


어머니께서는 이런 제 고민의 시간들이 너의 인생에 죽기 전 다시 없을 귀중한 시간이라고 말씀해주십니다.


보다 나은 "내 다음"을 만들기 위해 "나 다움"을 찾는 이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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